[Review] 파란노을(Parannoul)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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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노을(Parannoul)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Released : 02/23/2021

Genres : Shoegaze, Emocore, Post-Rock

Rating : 3.8 / 5 (attractive)

 

“미안해 나는 네게 달콤한 위로를 해줄 수는 없어” - in 'Chicken'

 

 파란노을은 본작인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으로 올해 상반기에 정규 데뷔한 1인 밴드이다. ‘20대 초반의 한국인’이라는 것 외에 어떠한 정보 노출도 꺼리는 그의 음반이 국내외 인디음악씬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본작의 테마는 패배주의이다. 카시트 헤드레스트(Car Seat Headrest), 웨더데이(Weatherday) 등의 뮤지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 전체를 뒤덮으며 창작자 자신을 과도하게 감추는 노이즈와 그러한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듯 힘없이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주제를 잘 나타낸다.

 

 상기한 영향권과 더불어 그는 자신을 음악가보다 하나의 팬으로 여기면서 앨범 설명에서도, 트랙 내에서 직접적으로도 자신이 영향받은 소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90~00년대 한국 인디씬, 에반게리온과 NHK에 어서 오세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영화) 등이 그 대상으로, 그것들이 앨범 속에 녹아들어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는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다. 단지 매체를 통해 자라난 그의 시대착오적 망상이 앨범을 이끌어 나갈 뿐이다.

 

 모든 트랙이 가상악기이며, 보컬은 휴대폰 녹음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믹싱 또한 상당히 조악하여 본작의 호불호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가상악기 특유의 거칠고 기계적인 성질에 삭막한 현실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가사가 조합되어 생성된 무드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 ‘흰천장’ 속의 연출은 매우 뛰어나서, 다른 어떠한 녹음 설비로도 이 두 트랙의 본래 느낌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본작의 대부분이 1차원적인 푸념에 가까운 가사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청춘반란’, ‘엑스트라 일대기’ 속 가사는 그 정도가 과해서 몰입 자체에 거부감이 들게 한다. 가창에 있어서도, 의도적으로 발음을 흐리는 것이 상당 부분 어색하게 느껴진다. 허나 상기한 단점들은 본작의 패배주의적 감성을 더욱 확고히 구축하는 데에 일조하는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본작은 훌륭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파란노을 그가 의도한 정서가 작품 속에 충실히 표현되었다는 점, 본작의 등장 이후 다수의 아마추어 록 뮤지션들이 추진력을 얻었다는 점 등에 있어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파란노을은 자신처럼 행동하는 찐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열패감은 전염되지만, 자신의 한계로부터 도망치며 추하게 나자빠질지, 인정하며 딛고 일어설지는 피전염자의 선택이다.

 

Track listing :

1. 아름다운 세상(Beautiful World)

2. 변명(Excuse)

3.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Analog Sentimentalism)

4. 흰천장(White Ceiling)

5.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6. 격변의 시대(Age of Fluctuation)

7. 청춘반란(Youth Rebellion)

8. 엑스트라 일대기(Extra Story)

9. Chicken

10. I Can Feel My Heart Touching You

 

https://youtu.be/QsbUAY3D38c